지난 1월 울산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산모 출산 과정 등에서 600차례 넘게 봉합 수술을 집도했다가 징역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이 조명을 받고 있다.
항소심서 '죄값' 다시 보는 중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재)는 지난 1월 사기·부정의료업·의료법위반교사 등으로 기소된 의사 6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7명에게 각각 징역·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 A씨에게 징역 3년 벌금 500만원, 같은 병원 의사인 또 다른 원장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리 수술을 한 간호조무사 D씨에겐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30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의사 등은 1심 형량이 무겁다고 했고, 검찰 측은 가볍다고 보고 있다.
소음순 성형 등 봉합 참여
검찰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D씨는 2014년 12월부터 해당 산부인과에서 수술보조로 근무했다. 병원장을 비롯한 해당 병원 의사들은 수술 마무리 봉합을 D씨에게 맡겼다. 요실금 수술, 소음순 성형 등 여성성형술 및 복강경 수술 준비와 수술 후 봉합 등이다.
해당 병원 대리 수술은 의사가 먼저 하고, 마무리를 D씨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간호조무사 D씨가 스크럽 간호사(수술 도구를 집도의에게 건네주는 사람) 도움을 받아 피하지방과 피부층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D씨는 해당 병원 의사 지시를 받아 2018년 5월까지 600여차례 수술에 참여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봉합 과정, 즉 수술 마무리는 보통 의사면허가 있는 연차 낮은 의사가 하는데, 간호조무사가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취와 출산의 고통으로 산모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병원 간호사는 "손기술(스킬)이 뛰어나 정맥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가 따로 있다. 이런 식으로 오래전부터 울산지역에 바늘을 잘 다루는 간호조무사가 있다는 말은 소문으로만 얼핏 들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병원 측은 이렇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로 8억 8000여만원을 타냈다.
아르바이트가 수술실 꿰어 전달
게다가 원장 A씨는 간호조무사 등 아예 자격이 없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 수술실에서 간호사 역할을 맡겼다고 한다. 절개 부위를 봉합할 때 봉합용 실을 바늘에 꿰어 전달하게 하고, 환부를 거즈로 소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250여회 수술에 참여했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의료행위가 의사 지시 아래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진 점, 의료기관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무겁다"면서 "피고인들이 일부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 심리로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두번째 공판이 있었고, 6월 초 속행예정이다.
원장으로 불린 70대 간호조무사도
간호조무사가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 처음이 아니다. 서울에선 2021년 '원장'으로 불린 70대 간호조무사가 3년간 필러 주사 등을 1300번 넘게 시술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7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