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요로결석 등 가능성만 알려…설명의무 위반"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병원이 진행한 다이어트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약물 부작용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된 여대생이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게 됐다.
대구에 사는 A(당시 20세)씨는 2018년 12월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이어트 지방분해시술 및 약 처방 체험단' 모집 광고를 보고 다이어트체험 프로그램에 지원, 강남구에 있는 성형외과 다이어트 클리닉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원 안내를 받아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시술과 약 처방을 무료로 하는 대신 A씨가 해당 치료 후기를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A씨는 키 159㎝에 몸무게 59.1㎏였고, 체지방률 28.5, 체질량지수(BMI) 23.4로 대한비만학회 분류상 비만이 아닌 과체중 상태였다.
A씨는 이 병원 다이어트 클리닉의 의사 B씨로부터 12월 10일부터 28일까지 19일간 3차례에 걸쳐 아랫배와 팔뚝 등에 피하지방층을 분해하는 주사를 맞고, 같은 기간 B씨가 처방한 의약품을 복용했다. 19일간의 체험기간 후 A씨의 몸무게는 6.1㎏이나 줄어든 53㎏였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A씨는 체험기간 중 구토와 복통, 불면증에 시달렸고, 약을 복용한 지 19일만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 식당에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는가 하면, 친구, 선배 등에게 전화를 걸어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증상을 보였다. '급성과 일과성 정신병장애' 등을 진단받은 A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수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살을 빼려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게 된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의사 B씨와 병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4-2부(재판장 서영애 부장판사)는 12월 14일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1나330813).
재판부는 의사 B씨에 대해 진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부작용과 관련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처방한 약품 중 플루옥세틴과 토파민은 자살충동, 조증 등 정신의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A씨의 이상증세는 A씨가 복용한 약물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씨는 원고에게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요로결석 등의 가능성만을 알렸을 뿐, 정신의학적 증상 발생의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는 원고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보고, 약물치료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위자료 액수를 500만원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2012다94865 등)에 따르면,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질병 치료 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하여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시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하여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하여 권유하여야 하고, 당해 시술의 필요성, 난이도, 시술 방법, 당해 시술에 의하여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시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하여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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