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콧대는 이마에서 그대로 이어지지만, 인간의 콧대는 미간 아래에서 뒤로 들어간 후 시작된다.”
학창 시절 미술부 선생님께서는 그리스‧로마 조각상에 나타나는 ‘인간과 신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콧대가 높은 코가 우아하고 때론 위엄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신의 모습에 적합하다고 고대인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선생님 나름의 분석을 덧붙이셨습니다.
선생님은 농담처럼 ‘성형수술로 높인 코 구분법’도 알려주셨습니다. ’신의 코처럼 이마에서 쭉 연결될 정도로 미간이 높은 콧대는 성형수술로 높인 코’라는 것이지요.
30여년전 우리나라에서 코 성형수술은 흔치 않았고, 보형물로 콧대만 높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으니, 이 구분법은 실로 정확했습니다. 당시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실제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코가 ‘우아하고 이국적’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약간은 낯설었던 ‘어색한’ 차이가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셈입니다. 그러나 ‘어색한’ 차이가 흔해지고 반복되면 매력은 쇠퇴하게 마련입니다.
‘우아한 신의 콧대’ 또한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아, ‘분필’ ‘아바타’등으로 희화화되는 어색한 코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세련된 이의 옷장 속엔 가장 촌스러운 옷들이 들어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트렌디한 모습이 시간이 지났을 때 가장 쉽게 질린다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30년전 방식의 코수술은 ‘좋은 수술’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나쁜 수술’도 아닙니다. 합병증의 발생도 흔치 않고, 재수술도 간단한 편입니다. 세월이 흘러 코가 어색하게 느껴져도 보형물을 간단히 제거해 원래의 코와 비슷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수술들은 시간이 지나 어색하게 느껴질 때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입꼬리를 절개해 끌어올려 미소 짓는 듯한 인상을 만드는 수술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트렌드’라고 불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어색한 입’ 이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잘라버린 입꼬리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한때 ‘작은 얼굴’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이마 축소’수술을 받았지만, 과도하게 좁아진 이마는 얼굴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이마가 좁아지며 얼굴은 더 커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줄인 이마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때문에, ‘좀더 티나게 해주세요’, ‘어색해도 예쁘게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늘 아슬아슬함을 느낍니다.
성형은 패션처럼 트렌드를 따른다고 예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미용 성형수술을 좋은 수술과 그렇지 않은 수술로 나눈다면, 아마도 좋은 수술이란 ‘수술하지 않은, 원래부터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미인의 특성 재현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이런 수술의 결과가 좋고 자연스러우며 기능적으로도 우수할 때, 그래서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유지될 때 ‘좋은 성형 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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