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충격 그 자체예요. 정말 무섭기도 한데 어젯밤 그곳에 있었다는 것 자체로 죄책감도 들어요.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구나’란 생각에도 이렇게 죄책감이 드는데 만약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면 정말 감당할 수 없었을 거예요.
어제 그 골목길을 지나오면서 ‘정말로 죽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전화도 잘 안 터지고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는 데다 그 골목 밖에선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더욱 공포감으로 다가왔어요.
어젯밤에는 집 밖을 나가기도,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기도 싫다는 생각만 들면서 앞으로 일상생활을 못 할 것만 같이 불안했어요. 오늘은 이태원에 갔는지 안부를 물어보는 연락이 계속 오는데, 다른 사람들이 속으로라도 저를 비난할 것만 같아 제대로 말을 못 하겠어요.”
A씨는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 주변을 방문했다. 사고가 났던 골목길을 지나려다 포기하고 귀가한 그는 뒤늦게 뉴스를 통해 자신이 그곳에 머무르고 난 10여 분 후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A씨는 이후 내내 심리적 불안에 휩싸여 이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자신이 피해 대상에 포함할지 자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압사사고인 만큼 사고 피해자들과 생존자의 규모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만 150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도 9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사고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이들은 사고 사상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참사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부터, 그 주변을 방문했던 목격자들 역시 사상자들에 못지않은 정신·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참사 현장엔 없었어도 사고 소식과 현장 모습을 간접적으로 접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 위원장)가 연구 책임자로 참여해 발간한 «한국 재난정신건강지원 가이드라인»은 재난으로 인한 심리치료 지원의 대상자를 1차(직접적인 사상 피해자)에서 5차(미디어를 통해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후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까지 넓게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면 주저 없이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돌아보고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을 조언했다. 이들 모두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중대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 정찬승 홍보이사(마음드림의원·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는 “이번 사고로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무조건 정부 내 심리지원 활동을 통합한 핫라인인 ‘1577-0199′(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로 연락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이사는 이어 “일시적으로 대형 사상자가 나오는 지진·압사 사고는 특히나 공포·공황 불안·우울 증상을 많이 유발한다”면서 “이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혹시라도 당장의 충격이 너무 커서 출근이나 등교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반드시 치료를 받을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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