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졸중(뇌출혈)으로 쓰러졌다가, 골든타임 내 수술을 못 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사고는 이례적이고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널리 알져지지 않았을 뿐 이번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우리나라 최고 대형대학병원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정도니, 상대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어떨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증상 발생 후 재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자료에 의하면 뇌경색(뇌혈관 막힘) 환자의 15~4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골든타임이 지난 뒤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이는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란 게 뇌졸중학회의 지적이다. 학회는 “뇌졸중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24시간/365일 치료를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런 체계를 갖춘 병원이 지역별로 잘 분포돼 있고 119 체계와 잘 연동돼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뇌졸중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려면 ▲내원 즉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뇌졸중집중치료실, 신경계중환자실이 일정 부분 비어 있어야 하고 ▲수술실, 뇌혈관조영실 등 수술적 치료나 중재술을 시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며 ▲뇌졸중 치료팀이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상당수 병원은 이런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평가대상병원(233개) 중 42.5%에 불과하다. 또, 학회 조사에 의하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불가능하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조차 뇌졸중 환자를 위한 수술장과 중환자실을 즉시 준비하기 어렵고, 응급 수술이나 시술을 위한 인력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5월 ‘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학회는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권역 및 지역센터를 늘려 중앙-권역-지역센터 전달체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응급의료체계와 심뇌혈관질환치료체계의 연계도 시급하고, 만성적인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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