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하는 나라가 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에서 확실한 근거 없이 AZ 백신 사용을 중단하는 건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보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까지 혈전 위험 예방 차원을 이유로 AZ 백신의 일부 또는 전체 보유분의 사용을 중단한 국가는 EU에서 최소 19개국이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사실상 모든 서유럽 국가들이 AZ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유라시아그룹의 헤데리코 산티 유럽 선임 애널리스트는 15일 낸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각국 정부는 위험을 피하는 접근법이 대중을 안심시키고 추가 접종에 따른 피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면서 "장기적 혹은 완전한 AZ 백신 금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Z 백신은 이미 영국에서 1100만회 이상 접종을 마친 상황이며 코로나19 감염과 입원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CNN은 전했다.
사우스햄튼대학의 마이클 헤드 글로벌보건 부문 선임 연구원은 "지금으로선 AZ 백신을 중단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나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백신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리즈대학의 스티븐 그리핀 항바이러스&바이러스성종양 연구 책임자는 "아주 아주 희귀한 혈전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것보다 백신 접종을 계속 이어가면서 국민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를 갖도록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본다"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이 그 어떤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로선 백신 접종과 혈전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국제혈전지혈학회(ISTH) 역시 "지금까지 보고된 일부 혈전 발생 사례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시사하지 않는다"며 백신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했다. 16일 AZ 백신은 부작용 위험보다 접종에 따른 이익이 더 크다고 밝힌 유럽의약품청(EMA)은 18일 AZ 백신의 위험성에 관한 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일각에선 유럽 각국의 AZ 백신 접종 중단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를 의심한다. 앞서 EU 국가들은 약속한 만큼 AZ 백신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AZ 측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도 고령자에 대한 AZ 백신의 예방 효과를 의심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나타샤 로더 보건정책 에디터는 16일 BBC 인터뷰에서 AZ 사용 중단 결정에 정치적 측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AZ 백신을 향한 나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안다. 결국 AZ 백신의 신뢰도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 연구원 역시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정치적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AZ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매우 좋은 백신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1716380652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