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면 심하게 붓는 다리, 푸르스름하게 튀어나온 혈관. 거울을 보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이 확장되고 탄력을 잃으면서 피부 표면에 불룩하게 드러나는 진행성 정맥 질환으로, 주로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로 여겨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혈전, 염증, 피부 궤양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정맥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생활 속 관리법을 통해 건강하게 다리를 지키는 방법을 살펴본다.
# 정맥 판막이 손상되며 생기는 하지 질환
정맥은 몸속에서 사용된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혈관으로, 동맥에 비해 벽이 얇고 탄력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래쪽에 위치한 하지 정맥은 중력을 거슬러 혈액을 심장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정맥 내에는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이 존재한다. 이 정맥 판막은 다리 근육의 수축 작용과 함께 작동해, 정맥혈이 위쪽으로 원활히 흐르도록 돕는다.
그런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정맥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로 몰리면서 정맥 내부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그 결과 정맥이 늘어나 푸르스름하고 돌출된 혈관이 나타나는데 이를 하지정맥류라 한다.
정맥 판막의 손상 원인은 개인 차가 있고,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 방정현 원장(뉴하트의원)은 "노화로 인한 정맥 벽 약화가 가져온 혈관 확장 △판막 기능 이상 △유전적인 요소 △비만 △흡연 △여성호르몬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서 흔하게 발병하는데, 특히 오랜 시간 서 있거나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다리 잘 붓고 혈관 튀어나와…‘잠복성 하지정맥류’도 주의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부종, 통증, 쥐가 나는 증상(근육 경련)을 비롯해 시리는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새벽에 종아리 저림 등으로 인해 깨는 경우도 있다. 다리에 거미줄 모양의 가는 실핏줄처럼 나타나기도 하는데, 병이 진행되면 정맥이 돌출되어 육안으로 보이고 심하면 피부색이 검게 변하거나 궤양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정맥이 겉으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더라도 정맥 내부에서는 이미 혈액 역류가 진행 중일 수 있다. 이처럼 외형상 이상이 없어도 정맥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잠복성 하지정맥류’라고 한다. 주로 심부정맥 또는 표재정맥의 깊은 부위에서 판막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발생하는데, 다리 통증·무거움·야간 경련 등 증상은 있으나 겉보기는 문제가 없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 초기부터 관리 시작해야…방치하면 정맥성 궤양·폐색전증 위험↑
대부분의 하지정맥류는 외형상으로 혈관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미용적인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외형적인 문제를 넘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증상에 따라 1기부터 6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1기는 모세혈관이 확장된 상태이며 2기에는 정맥이 울퉁불퉁하게 돌출된다. 3기부터는 다리 붓기와 피로감이 나타나고 4기에는 피부색 변화와 염증이 동반된다. 5기에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6기로 진행되면 궤양이 생겨 치료가 어렵고 회복도 더디다.
주요 합병증으로는 정맥염, 심부정맥혈전증, 정맥성 피부염, 색소침착, 피부경화증, 만성 피부 궤양 등이 있다. 특히 정맥성 궤양은 치료가 까다로운데, 발생했다면 이미 하지정맥류가 상당히 진행된 6기 단계다. 다리 피부에 생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점차 깊어지며, 만성적인 혈류 정체로 인해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는 패혈증으로 악화될 위험도 있다.
또한 심부정맥혈전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정맥 내 혈전이 떨어져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진행되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흉통, 심정지를 유발해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하지정맥류는 단순히 보기 안 좋은 질환이 아니라 전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병리적 상태이므로,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주사치료부터 수술까지… 병태에 따라 치료 달라져
하지정맥류의 진단은 주로 정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혈류의 흐름, 역류 여부, 혈전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흉부외과 반동규 원장(포이즌흉부외과의원)은 "하지정맥류는 병태에 따라 치료 여부와 방법이 결정된다"라면서 "비교적 초기에는 주사치료나 부분 미세 정맥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수술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주사치료(경화요법)는 실핏줄이나 작은 정맥류에 경화제를 주입해 해당 혈관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간단하고 통증과 회복 부담이 적다. 미세 정맥절제술은 비교적 굵은 돌출 정맥을 작은 절개로 제거하는 시술로, 흉터가 거의 없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
수술적 치료는 정맥 판막 손상이나 광범위한 혈류 역류가 있는 경우 시행된다. 대표적으로 고주파 열 치료(RFA), 레이저 폐쇄술(EVLT), 정맥 발거술 등이 있다. 치료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병변 범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방법을 결정한다.
# 압박 스타킹 착용하고 30분마다 스트레칭…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
하지정맥류의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동규 원장은 “부종이 심하거나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경우에 하지정맥류 전용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면 정맥 내 압력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혈류 정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면서 “압박 강도나 착용 시간은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높은 굽의 신발, 발을 조이는 신발, 꽉 끼는 의복은 정맥 순환을 방해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 맵고 짠 음식은 혈관 건강에 해로우므로 자제해야 한다. 복부비만이나 변비 역시 복압을 상승시켜 정맥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장시간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처럼 다리에 반복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동작은 좋지 않다. 반 원장은 “부득이하게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경우, 30분에 한 번씩 발목 돌리기나 발가락 들기 같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정맥 혈류 순환에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출처] :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30 | 하이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