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49·여)씨는 1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와 이모의 유방암, 난소암 가족력도 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 난소암 발생과 관련 높은 ‘브라카(BRCA) 변이’가 발견됐다. 난소암 예방을 위해 난소와 난관 절제수술을 받았지만 조직검사에서 이미 난소암 발생이 확인됐다. 수술과 일반 항암치료 후 암 전이를 막는데 효과가 입증된 최신 ‘표적 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했다. 그 덕분에 2년간 재발없이 생활하고 있다.
대표적 부인암인 난소암 발생이 매년 늘고 있다. 19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 신규 발생은 2009년 1848명, 2014년 2467명, 2017년 270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자궁경부암 발생이 연간 4.7% 줄어든 반면 난소암은 1.7% 늘었다.
절반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
난소암의 절반 정도는 최씨처럼 특정 유전자 변이로 생긴다. BRCA1, 2 유전자를 가진 여성의 각각 40%, 20%에서 난소암이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에 난소암이나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등 여러 암 진단자가 있다면 고위험군으로 검사가 필요하다.
또 배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에서 난소암 발생률이 높다. 폐경 호르몬 치료를 받았거나 자궁내막증이 있거나 비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근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에서 배란이 될수록, 그 기간이 길수록 난소암 위험은 높아진다.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요즘 젊은층에서 두드러지는 늦은 결혼과 임신은 그래서 난소암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소암 초기에는 종괴(암덩어리)가 크지 않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문제는 암 덩어리가 자라서 주먹만해져서야 증상이 나타나고 그때쯤이면 상당수는 다른 조직이나 장기로 암이 퍼진 후라는 점이다. 난소암은 이처럼 발견이 늦어 70% 이상이 진단 시 3기 이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와 종양표지자(CA125)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의심할만한 증상이 있어도 대부분 소화기 문제로 생각해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 교수는 “흔히 체했을 때 나타나는 소화불량, 즉 배 더부룩함 증상으로 소화기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위장장애 치료를 받았는데도 한 달 넘게 증상이 지속되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초음파검사를 한번쯤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과식 등 복부비만 관련 식습관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아랫배가 눈에 띄게 튀어나오고 그 상황이 최근 6개월~1년 정도 됐다면 난소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에 오기를 꺼리는 젊은 여성들 중에 암 덩어리가 핸드볼 크기 만해져 오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소변이 잦거나 골반통이 심하면 초기 증세이고 변비 등 배변습관이 변하거나 배가 너무 나오거나 하면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다.
난소암의 평균 5년 생존율(2017년 기준)은 62.5%다. 암이 병소에 국한된 단계(1기)인 경우 생존율은 93.5%, 주변 나팔관이나 자궁 등으로 침범한 국소 단계(2기)에선 77.5%로 높지만 간 위 콩팥 등으로 원격 전이 단계(3·4기)에선 44.5%로 뚝 떨어진다. 이는 3기 이상인 경우 수술로 암을 제거하더라도 재발이 잘된다는 얘기다. 잔존한 암이 숨어있다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난소암 재발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려면 가급적 수술(복강경 혹은 로봇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이후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항암 약물로 치료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두 가지 ‘표적 항암제’가 난소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는데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표적 치료제는 특정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로 일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다. 암 재발에 필요한 신생혈관(영양 공급)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아바스틴)과 BRCA 유전자 변이와 DNA복구결함유전자(HRD)변이를 표적으로 한 ‘PARP 억제제(올라파립 등)’가 대표적이다.
신생혈관 억제 약물의 경우 3기 이상 진행성 난소암에서 수술 후 일반 항암제에 추가해 사용한 결과 무병 생존율이 38% 향상됐다. 이 교수는 “PARP 억제제는 BRCA 유전자 변이를 보인 난소암 환자의 재발을 70% 감소시켜주는 걸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재발성 난소암 치료에 사용이 허가돼 있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BRCA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초기 난소암 치료에도 적극 쓰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난소·난관 절제, 출산 후 40세 이전에
유전자 검사는 난소암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이다. 본인이 난소암 판정을 받거나 여러 암 가족력이 있을 때 BRCA 변이 관련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상피성 난소암(전체 난소암의 90% 이상 차지)’의 BRCA 변이 빈도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20%로 보고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가 있는 보다 많은 환자를 찾아내고 표적 항암제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검사받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래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경우 암 예방 목적으로 난소, 난관을 절제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이를 통해 난소암 위험을 90% 감소시킬 수 있다. 다만 난소를 제거하면 임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산이 끝난 후에 적어도 40세 이전에 고려해 볼 수 있다.
난소암 예방을 위해선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를 하는 게 필요하다. 피임약을 먹는 것도 난소암 예방에 도움된다.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한 경우 30~40%의 난소암 위험이 줄어든다. 이 교수는 “다만 피임약 복용의 경우 출혈, 유방통증, 두통, 심하면 혈전이나 간손상 같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반드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60814&code=1413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