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혈우병(hemophilia)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을 뜻합니다.
혈우병은 약 10,000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데, 부족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 A와 혈우병 B 두 종류로 나뉘며, 혈우병 A가 전체의 80%를, 혈우병 B가 나머지 20%를 차지합니다. 혈우병 B는 크리스마스 병이라고도 불리는데, 스티븐 크리스마스(Stephen Christmas)라는 5살 난 아이에게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병명입니다.
혈액응고인자는 평상시 혈액 속에 들어있다가 상처가 나면 혈소판과 함께 작동하여 혈액을 응고시켜 상처 부위를 막아 피를 멎게 합니다. 이러한 혈액응고인자는 I에서부터 XIII까지 모두 13개가 있고 이들이 모두 있어야 정상적으로 피가 멈추게 되며, 혈액응고인자 13개 중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이 됩니다.
혈액응고인자의 농도가 1% 이하면 중증 혈우병 환자가 되고, 1-5% 사이라면 중간급 환자, 6% 이상이라면 가벼운 환자가 됩니다. 중증 환자는 코피나 이를 닦다가 피가 나는 등의 아주 가벼운 외상에도 피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증 환자는 심한 외상을 입었을 때에만 위험성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무릎이나 발목 같은 관절에서 내출혈이 일어나서 종창이 일어나기 쉽고 이 때문에 관절이 기형이 되거나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입니다. 혈액 응고 인자는 현재까지 12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선천성 혈액 응고 결핍증 중 혈우병 A는 VIII 인자 결핍(factor VIII deficiency)이 원인이며, 혈우병 B는 IX 인자 결핍(factor IX deficiency, christmas disease), 혈우병 C는 XI 인자 결핍증(factor XI deficiency)이 원인입니다.
혈우병 A와 B 유형이 혈우병의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두 질환 모두 내인계 응고 기전에 관여하는 응고 인자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쉽게 구별할 수 없습니다. 혈우병 A, B는 X-linked 열성으로 유전합니다. 여성은 무증상의 보인자이며, 남성만 환자가 됩니다.
1) 혈우병 A형
혈우병 A형은 VIII 인자 결핍(factor VIII deficiency)에 의해 증상이 나타납니다. 환자의 20~30%는 가족력 없이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발생 빈도는 출생 남아 4,000~1만 명당 1명꼴입니다. 혈우병 A가 B보다 약 5~8배 정도 발생 빈도가 높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6배 정도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2) 혈우병 B형
혈우병 B형은 두 번째로 많은 유전성 혈액 응고 장애 질환입니다. 혈우병 B의 출혈 증상은 성인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심하게 나타납니다. 보인자인 여성 중 10%는 증상이 가볍기는 하지만 출혈의 위험이 있습니다. 발생 빈도는 출생 남아 2만~2만 5,000명당 1명꼴입니다.
3) 혈우병 C형
혈우병 C형은 전체 응고 인자 결핍증의 2~3% 정도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보고된 사례가 없습니다. 혈우병 C는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원인
혈우병 A는 혈장 내 제 8 응고인자가 부족한 병으로, X 염색체에 위치한 F8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제8 응고인자(Factor VIII) 생산에 장애가 발생하여 나타납니다. 이와 유사하게, 혈우병 B는 F8 유전자 부근에 위치한 F9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제 9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합니다.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500개 이상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두 질환 모두 X 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기 때문에 X 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거의 모든 경우에 남성에게 발생하며, 원인이 되는 유전자 이상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습니다. 여성의 경우 유전자 이상이 있어도 다른 정상 X 염색체에 의해 응고인자 생산이 보완되므로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X 염색체의 무작위 불활성(라이어니제이션, Lyonization) 현상으로 인해 응고인자의 부족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혈우병은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이지만, 약 30%의 경우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에 의해 가족력 없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증상
혈우병 A형의 임상 증상은 외상, 치아 발치, 외과적 수술 이후에 계속 출혈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중증 혈우병 A형은 생후 1년 내에 진단이 가능합니다.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생후 2~5개월 사이에 자연 출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혈우병 A형이 중등도인 경우도 자연 출혈 경향이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지연되어 작은 외상 후 계속적인 출혈로 인해 5~6세 전에 진단을 받습니다. 경증 혈우병 A형의 경우 자연 출혈이 없습니다. 외과적 수술, 치아 발치, 심한 손상 후에 계속적인 출혈 증상이 나타나며, 평생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우병 A형의 출혈 증상은 성인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에서 심하게 나타납니다. 보인자인 여성의 10% 정도는 증상이 가볍기는 하지만 출혈의 위험이 있습니다.
혈우병 B형은 IX 인자 결핍으로 외상, 치아 발치 또는 외과적 수술 이후 초기 출혈이 멈춘 후 출혈이 계속됩니다. 혈우병 B형이 중증인 경우, 출혈 관절증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생후 1년 내에 진단이 가능합니다. 치료받지 않은 경우에서 2~5개월 사이에 자연 출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중등도의 혈우병 B형의 경우도 자연 출혈 경향이 있지만, 중증인 경우보다 나타나는 시기가 지연됩니다. 중등도의 경우 외상 이후에 계속적인 출혈 증상이 있으며 5~6세 전에 진단을 받게 됩니다. 경도 혈우병 B형은 자연 출혈이 없고 외과적 수술, 치아 발치, 심한 외상 후에 계속적인 출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경증인 경우 증상이 없어 평생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단/검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및 가족력 등을 통해 혈우병이 의심되는 경우, 혈장 제 8 응고인자, 제 9 응고인자의 활성도 측정을 통해 혈우병을 진단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혈액응고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활성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aPTT)에서만 약간의 지연이 나타나고, 프로트롬빈 시간(PT)과 출혈시간(bleeding time) 검사 및 혈소판 수는 정상으로 나타납니다.
혈우병 진단은 다음의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1) 혈액 응고 검사(Coagulation screening test)
혈소판 수, 출혈 시간 및 프로트롬빈 시간(PT)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응고 시간 및 부분 트롬보 플라스틴 시간(PTT)은 연장되어, 중증인 환자와 중등도인 환자는 정상인의 2~3배 연장되어 있습니다. 경증 혈우병 A형의 PTT는 정상입니다. 응고 시간은 PTT보다 예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응고 장애 질환의 선별 검사(screening test)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트롬보 플라스틴 형성(TGT) 검사는 예민도가 높기는 하지만, 검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2) 분자 유전학적 검사
F8(factor VIII)은 혈우병 A형과 관련된 유일한 유전자로 98%에서 F8의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F9(factor IX)는 혈우병 B형과 관련된 유일한 유전자로 99%에서 F9의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보인자 검사와 산전 검사(융모막 생검)가 가능합니다.
치료
혈우병의 근본적인 치료는 없으므로 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 완화를 위한 대중 요법이 필요합니다. 치료의 목표는 출혈의 예방 및 조절로, 제 8 응고인자 또는 제 9 응고인자를 포함한 혈장제제의 수혈이 주요한 치료방법이 됩니다. 경도 및 중등도의 혈우병의 경우 데스모프레신(demopressin; DDAVP)이라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며, 기타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유전자 치료도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혈우병 치료는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급성 출혈 시의 조기 진단 및 치료입니다. 둘째는 장기적인 치료를 통해 출혈 예방, 치료 환경 개선, 만성적 근 골격계의 병변에 대한 처치를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올바른 유전 상담으로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예방 치료입니다.
급성 출혈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처치는 부족 인자의 보충입니다. VIII 인자 부족의 보충을 위해서는 신선 냉동 혈장(fresh frozen plasma), cryoprecipitate나 VIII 인자 농축 제제(factor VIII concentrate)를 사용합니다. VIII 인자는 안정성이 적기 때문에 신선한 혈장 또는 혈액을 사용해야 합니다. VIII 인자의 반감기(half-life)는 약 8~12시간입니다. 응고 인자의 정맥 주사 방법을 부모에게 교육해서 가정에서 부족 인자의 보충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조기 치료를 할 수 있고, 의료비의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IX 인자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IX 인자 농축 제제(prothrombin 복합 제제, 또는 IX 인자 단독 제제)를 사용합니다. Factor IX 농축제제는 비교적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보관된 혈장이나 혈액을 사용하여도 무방합니다. Factor IX 농축 제제는 수백~수천 단위의 혈장을 모아서 혈장 분획술을 이용하여 factor IX 성분을 분리, 농축한 후 동결 건조하여 제조한 것입니다. 이는 반드시 희석액으로 녹인 후 정맥 주입해야 하며, 투여 전에 필터로 걸러야 합니다. 투여 후 생체 내 회수율은 50% 정도이며, 투여된 factor IX의 반감기는 24~32시간입니다. 응고 인자의 정맥 주사 방법을 부모에게 교육해서 가정에서 부족 인자의 보충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조기 치료를 할 수 있고, 의료비의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통증 완화를 위해서는 진통제보다는 부족 인자의 보충이 필요합니다. 부족 인자가 보충된 후 대개 수 분 내지 수 시간 후에는 통증이 없어집니다. 출혈 관절증이 심할 때 일시적 항염 효과를 위해 corticosteroid를 단시일(2~3일 정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ibuprofen, indomethacin 또는 phenylbutazone 등의 약제의 사용은 금합니다.
혈우병 환자가 치아 발치, 외과적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전에 출혈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우병은 일생 동안 출혈성 신체 기능 정상화를 유지하기 위한 재활 치료가 중요합니다. 가정, 학교 및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과적 치료 및 사회적 훈련 등의 포괄적 치료가 요구됩니다.
경과/합병증
혈우병의 중대한 증상은 외상없이 스스로 신체 내부 기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자연 내출혈(spontaneous internal bleeding)이며 주로는 체중이 많이 실리는 무릎 관절 등의 신체 기관에서 호발합니다. 특히 응고 인자가 1% 미만인 중증 혈우병에서 자연 내출혈의 위험이 높습니다. 자연 내출혈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관절 등 관련 기관에 영구적인 장애와 변형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반면 외부에서 쉽게 보이는 간단한 출혈의 경우 대체로 정상적으로 지혈될 수 있습니다.
예방법
혈우병의 예방법은 따로 없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 중 태아 혈액검사를 통해 산전 진단이 가능합니다.
식이요법/생활가이드
치과 치료와 내시경 검사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출혈이 예상되는 의학적인 시술 및 수술은 반드시 혈액 전문의와 사전에 상의하여 미리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등 출혈 시 대처 방법을 확보한 후에 시행해야 합니다. 환자가 본인의 진단명을 정확히 알고, 평소 제 8 응고 인자 또는 제 9 응고 인자의 기본 혈중 활성도가 어느 정도로 낮은지 알고 있어야 출혈 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중증도가 심한 경우 외상이 발생하거나, 의학적인 시술 및 수술 등으로 출혈이 예상될 때에만 응고인자를 주사하는 보충요법 외에 외상에 의한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유지요법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혈우병 환자는 출혈 경향이 높기 때문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나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는 환자의 신체 상태나 관절장애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릎이나 발목에 반복적으로 출혈이 생긴다면 축구는 피하는 것이 좋고 수영이 좋습니다. 축구 등의 격렬한 신체 접촉이 많은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스피린과 같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은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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