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코와 화살코가 심해서 어릴 때부터 별명이 코봉이 혹은 징징이였다.
학창시절 사진을 찾아보면 코를 가리지 않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졸업앨범 마저 코를 가린 채로 찍었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코에 대한 컴플렉스로 자신감이 점점 없어졌는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다닌 후로 더더욱 심해졌다.
마스크를 벗었을 때 '아......ㅋ' 하는 듯한 사람들의 표정...
망하게 되더라도, 부작용이 오더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얇상한 코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퇴사 후 수술을 받게 되었다.
병원을 고를 때 중요하게 본 것은 1인 원장님인 곳과 각종 이벤트를 안하는 곳이었다.
손품으로 추리고 추려서 압구정과 강남의 성형외과 두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갔던 병원들 모두 내 코를 보고 서양인들처럼 연골이 발달하고 피부가 얇은 복코라 다행히 수술이 잘 될 케이스라고 하셨다.
콧볼축소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다들 콧볼축소는 권하지 않았다.
얼굴 자체가 살짝 비대칭이라 수술 후에도 약간의 비대칭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원래부터 알고있던 사항이라 상관없었다.
최종적으로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실리콘+비중격+귀연골+연골묶기로 수술하기로 했다.
* D-7
수술 일주일 전에 미리 필러녹이는 주사를 맞았다.
* D-day (수술 당일)
당분간 개운하게 씻지 못할테니 목욕재계 후 병원으로 갔다.
세안하고 수술동의서에 싸인 후 원장님과 디테일한 모양을 잡으며 상담했다.
연예인 사진보다는 후기에 있는 사진들이 마음에 드니 원장님스타일로 해달라고 했다.
평소에 많이 꾸미고 다니는 편인지 여쭤보셨는데, 평소스타일에 맞춰서 해주시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무조건 얇게만 만들어달라고 했다.
수술 전에 콧털제거를 한다던데 마취 후에 하신 것 같다.
수술 후 회복실에 있는데 오한이 느껴졌다. 냉동실에 들어있는것 같았다.
계속 춥다고 징징대니까 실장님이 이불도 꼭 덮어주고 계속 봐주셨다ㅠ
근데 좀 지나니까 멀쩡해졌다..
보호자 차 타고 집에 왔는데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수술을 계획한 분들은 보호자가 꼭 있어야 좋을 것 같다.
코 속에 넣어놓은 솜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다.
저녁에 갑자기 코피가 주르르르륵 흘렀는데 처음에는 피가 많이 나와야 고이지 않아서 좋은거라고 한다.
* D+1 (솜빼러감)
솜을 빼면 숨 쉬기가 한 결 나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숨쉬기는 불편하다.
수술하고 나면 아플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아프다. 귀연골 채취한 부분도 아프지 않다.
붓기는 눈 밑이 조금 부은 정도이고, 멍은 하나도 없다.
이따금씩 코피가 죽죽 나온다.
앉아서 자느라 허리가 부숴질 것 같다.
* D+2
자고 일어났더니 붓기가 턱쪽으로 내려와 뱀에 물린 진돗개 짤처럼 되었다.
멍은 여전히 없다.
이제는 피와 함께 콧물같은 액체가 섞여서 죽죽 나온다.
숨쉬기는 여전히 힘들고 귀가 조금씩 아려온다.
오늘부터 양치를 했다.
* D+3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감겨달라고 했다.
코와 귀를 수술했다고 말하니 물이 안들어가게 조심조심 감겨주셨다. 개운하다..
(얼굴은 수술 다음날부터 하루에 두 번씩 닦았는데, 화장솜에 스킨을 묻혀서 살살 닦아냈다.
기름질 것 같아서 크림은 따로 바르지 않았다.)
이제는 피는 나오지 않고 콧물만 나오는데,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와서 너무 힘들다.
거즈를 대놨더니 계속 축축한 상태가 유지되어서 피부가 헐 것 같아 다시 떼었다.
부목 안쪽이 가려워서 죽을 것 같다ㅠ
코 수술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D+4
갑자기 눈 밑에 노란색 멍이 생겼다.
파란 멍이 하나도 없어서 멍이 안드는줄 알았는데 조금 당황.
손에 바늘꽂은 부분에도 노란멍이 나타났다.
붓기는 많이 사라져서 부목과 코 사이의 간격이 굉장히 넓어졌다.
부목의 테이핑이 얼굴기름과 섞여서 끈적끈적해 기분나쁘다.
오늘부터 냉찜질을 그만두고 온찜질을 시작했다.
* D+5
어제와 상태 동일
* D+6
여전히 콧물이 나오지만 양이 확연히 줄었다.
눈 밑의 노란 멍도 거의 사라졌다.
* D+7 (부목떼고 겉실밥+귀실밥 뽑음)
대망의 부목떼는 날.
뗀 직후 솔직히 실망했다. 너무나도 코봉이같은 코..
그리고 인중 붓기때문에 한심좌같은 얼굴이었다ㅠ
실밥뽑는건 생각보다 아프다. 코 속 청소해주시는건 더 아팠다!
계속 익!익! 거렸더니 간호사님께서 코딱지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조용히 있었다..
코청소 후 숨쉬기가 좋아졌다.
원장님께서 수술할 때 코를 열어보니 비익연골이 아주 장대해서 연골절제도 조금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얇아지기만 한다면 뭐든 좋습니다요..
부목 뗀 부위가 끈적거려 세안이 쉽지 않았다.
귀에 솜을 제거하고 실밥을 뽑은 부분은 멍으로 까매져있었다.
* D+8
얼굴은 여전히 못생겼다. 아직 붓기가 많을때란걸 알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생긴 내 얼굴이 웃기다.
부목을 떼고나서부터 실리콘 느낌이 많이 난다.
너무 무겁고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숙일 때마다 실리콘이 쏠리는 느낌이다.
하루종일 이것에 대해서 검색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들 하지만 무섭다..
그리고 부목과 테이프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비주에 감각이 없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한다.
이제 머리를 감을 수 있어서 아주 개운하다.
* D+9
이제 콧털이 숭숭 생겨서 그런지 콧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숨 쉬기가 매우 편해졌다.
실리콘은 여전히 무겁고, 어제보다는 붓기가 조금 빠졌다.
옆모습을 찍었는데 내 이마가 볼록한편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코가 낮았을 때는 이마도 못생겨보였는데 코가 높아지니 조화로워진 느낌.
* D+10
인중 붓기가 많이 빠져서 인중길이가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생긴게 좀 나아진 듯하다.
실제로 보면 개선이 많이 된 느낌인데, 사진을 찍어보면 여전히 복코느낌이다.
넘쳐나는 피지를 참지 못하고 피지제거를 해버렸다.
검색해보니 뽑는 코팩 말고 녹이는 제품을 사용하라길래 전에 사뒀던 장영란 피지패드로 했다.(광고아님)
원래는 녹인 후에 면봉으로 닦는건데, 면봉은 자극적이어서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완벽히 개운하진 않지만 하기 전보다는 확실히 깨끗해졌다.
* D+11
전날에 비해 붓기가 확연히 많이 빠졌다.
수술 후 처음으로 거울을 보고 예뻐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느껴지던 실리콘 이물감(?압박감?압통?)이 거의 사라졌다. 며칠 뒤면 아예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간헐적으로 코끝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난다. 신경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기는것이라고 한다.
비주의 감각도 약간 돌아왔는데, 뭔가가 딱딱한것이 가득차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귀의 까만 멍도 거의 사라졌다.
귀연골이 없어진 느낌이 이상하다.
붓기가 많이 빠지니 콧대에 아주 조금 비대칭이 보인다.
수술 전 사진과 비교해보니 비대칭의 정도는 비슷했다.
아무래도 코가 높아져서 좀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콧구멍이나 비주는 거의 대칭이라 걱정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