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전에 L자 실리콘으로 콧대, 콧방울 살(?잘모르겠네요. 뭘 넣어서 코주부를 만들어놓았는지 의사X이 말을 제대로 안 해줘서)로 코끝을 했었는데 완전 망해서 속만 썩이고 있다가 약 3주전에 드디어 실리콘을 제거 했어요. 그리고 3일전에 다시 실리콘+귀연골로 재수술했구요. 실리콘 제거할 때 집도의가 실리콘만 빼는 게 아니라 코끝의 연부조직도 긁어내주겠다고 했었는데 걍 실리콘만 뺐는지 코끝이 거의 변화가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다른 병원에서 아예 재수술 받기로 한 케이스에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코끝 줄이고 실리콘을 뺀 상태에서 아물면 실넣는 시술해서 콧대만 다시 높이려고 했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실리콘 빼는 수술 안 하고 재수술할때 같이 빼는 건데 괜히 돈만 날리고 코만 더 고생했죠뭐.(이래서 병원보단 원장을 잘 보고 선택해야...)
암튼, 설대입구역에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된 성형외과에 가서 재수술을 받았답니다. 오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원장님이 그간 유명 성형병원을 동시에 여러 곳 다니며 펠로우를 10년 가까이 해서 수술경력이 아주 많은 사람이고 실력도 좋다고 소문을 들어서 알음알음으로 가서 했어요. 상담할때도 고집이 많이 세보이기는 했지만 침착히 설명을 잘 하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 확신이 강하더라구요. 그야....실력이 정말 소문대로 어떤지는 3달 후에 코를 보고 말해드릴게요.
수술 당일...
아시죠? 막 하고나면 마취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거요. 헤롱헤롱대다가 밤부터 찾아온 코와 귀의 통증 때문에 정말 한숨도 못자고 엉엉 울었어요. 진짜 이렇게 아플 줄 몰랐음. 실리콘 제거했을 땐 당일에도 만지지만 않으면 안 아팠거든요. 이때만 해도 붓기는 별로 없었어요. 귀보다는 코가 더 아팠구요.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코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아픔 속에서 십년전의 추억(?)을 떠올렸다는;;; 그때서야 그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이렇게 아팠었지...그때도... 젠장.
수술 +1일 째...
아침에 거울보고 깜짝 놀람. 거울 속에 웬 낯선 여자, 아니 외계인이...?! 눈주위까지 부어서 제 눈이 원래 쌍커풀 진하고 살짝 눈끝이 올라간 커다란 아몬드형인데 눈매고 뭐고 일단 눈 크기가 1/3만해졌어요;; 앞쪽 눈꺼풀이 부어서 눈매까지 찌그러져 진짜 이상하구요. 여기에 코 주위는 붓고 테이프 때문에 눈썹 반은 가려지고 멍 때문에 피부색 이상하고 세수 못해 개기름 작렬이고... 이건 뭐 사람도 아녀, 뭐도 아녀, 오크도 잘 생긴 편임ㅠㅠ
그리고 코보다 귀의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어제의 아픔은 장난이었을 정도로요. 코는 약먹고 건드리지만 않으면 신경이 쓰일정도로만 아픈데 귀는 정말....아정말....헬..... 귀를 누가 왼종일 송곳으로 뚫고 찢어내는 것만 같은 아픔이에요. 이건 약을 먹어도, 참다참다 시중에서 파는 진통제를 따로 사다가 더 먹어도 나아지지가 않아요. 그래도 낮에 병원가서 처치 받을 땐 이 정도까지 아프진 않았는데 어째 갔다오니까 더 아프네요. 밤이 될수록 더욱, 진짜 미치도록요. 처치를 받을 때 코만 받고 귀는 솜을 틀어막은 그대로 그냥 두더라구요. 혹시 소독이랑 연고를 안 발라서 염증생긴 건가 싶기도 하고... 귓바퀴가 검붉게 부어오르고 열감이 확확 느껴지네요. 그래도 3시간 정도는 잤지만 그것도 앉아서 잤답니다ㅠㅠ 도저히 누워서 잘 엄두가...
수술 +2일째...
오늘이네요. 역시나 아침부터 거울 속의 오크외계인과 전 마주보고 서로들 놀랍니다. 아직 내 얼굴에 내가 적응이 안 돼요;;; 어제 하루죙일 냉찜질하고 있었는데도 붓기가 뭐 별루... 자세히 보니까 붓기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중인지 입술이 필러맞은 것 마냥 오동통한 게 무지 섹쉬하고 귀엽... 입술주름도 쫙 펴졌어요! 다만 입가의 혈색이 약~간 거무죽죽하네요. 멍인가...? 멍도 내려오나....?
있다가 2차 처치를 받으러 갈 건데요, 귀에 대해 말하려구요. 원래 이렇게 아픈 거라면야 뭐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넘 아파요ㅠㅠ 코는 어제부터 콧물이 좀 나오네요. 살짝 풀다가 피가 섞여 나오길래 깜놀하고 그냥 면봉으로 살살 닦아내는 수준으로만 처리하고 있어요. 귀는 이제 아주 귓뿌리까지 아프네요ㅠㅠ 아직 입은 크게 못 벌리지만 그래도 살짝살짝 뭘 씹어도 그렇게 아프진 않구요 그래도 계속 죽을 먹을 거에요. 몸보신도 할겸. 어제부터 늙은호박+팥을 삶아서 갈아먹기 시작했고(즙보다 건더기까지 먹는게 효과가 더 좋을거 같아서요. 살도 뺄겸...) 영양제 잘 챙겨먹고 약도 꼬박꼬박 먹구, 참, 염증을 방지하고 흉터를 연하게 하고 흉살조직이 생기면 그걸 연하게 만들어주는 게 있다고 해서 그거 주문했어요. 전신효소 우벤자임이라고 원래 이런 용도는 아니지만 그쪽에도 효과가 있대요. 약은 아무래도 간에 부담이 되니까 일단 효소로 최대한 방지해보고 그래도 구축이 올 거 같으면 그때 약을 먹으려구요. 디톡스도 꾸준히 해서 문제의 근원을 원천차단하고...
읽어줄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병원가는 날에 맞춰 글을 올릴게요. 코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기대반+두려움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