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대뇌 겉질(피질)의 위운동신경세포(upper motor neuron, 상위운동신경세포)와 뇌줄기(뇌간) 및 척수의 아래운동신경세포(lower motor neuron) 모두가 점차적으로 파괴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임상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사지의 위약(weakness, 쇠약) 및 위축으로 시작하고,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일 년에 10만 명당 약 1~2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게릭병은 50대 후반부터 발병이 증가하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1.4~2.5배 정도 더 발병률이 높습니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neuron)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릅니다.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다 망가져,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게 됩니다. 대기만 해도 튈 정도로 무릎반사가 증폭되고, 그와 동시에 근육이 위축됩니다. 감각이나 인지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도 이 병의 특징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집니다. 길을 가다가 푹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잘 모릅니다. 결국 씹거나 삼키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횡격막과 늑간의 근육을 써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이것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숨을 쉬려면 기관을 절개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경우 감염이 문제가 됩니다. 루게릭병의 사인은 대개 호흡부전이나 폐렴으로, 대개 증상이 발현된 지 3-5년 사이에 죽습니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리 및 경과 등에 맞추어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없습니다. 현재 유일하게 사용을 인정받은 약물인 릴루텍 정(riluzole)은 생존기간을 수개월 정도 연장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근력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아직까지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