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정상인의 간에서는 미생물이 살지 못합니다. 우연히 세균이나 기생충 등이 들어오더라도 즉각적으로 면역 세포들이 공격하고 제거하여 미생물이 간에서 자리잡고 증식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한 면역억제치료로 인해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 담도의 악성 종양 등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에 변화가 발생한 환자, 혹은 드물게 정상인에서도 세균이 이러한 방어를 뚫고 간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감염이 정상 간세포와 간조직을 파괴시키고 그 자리에 고름이 고이게 되면, 간농양이 형성됩니다.간농양 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이 화농성 간농양과 아메바성 간농양이며, 이 둘은 증상은 비슷하지만, 진단과 치료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원인
간농양은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이 세균이냐, ‘아메바’라는 기생충이냐에 따라 나뉩니다. 세균에 의한 간농양은 ‘화농성 간농양’이라고 부르고, 아메바(정확히는 Entamoeba histolytica라는 기생충)에 의한 간농양은 ‘아메바성 간농양’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간농양은 대부분 화농성 간농양입니다. 화농성 간농양은 간에 들어온 세균을 면역 세포들이 초기에 제거하는 데 실패한 경우에 발생하게 되며, 이렇게 면역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간농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화농성 간농양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간에서 생산된 담즙이 배설되는 경로인 담관을 세균이 역행하여 침범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 부위에 담석증, 간내 결석증, 담도 악성 종양 등 담도계 질환이 발생하거나 간이식 수술 등 이 부분의 구조가 바뀌는 수술을 하는 경우, 정상적으로 세균의 침입을 막던 구조가 손상되어 세균이 침범하고 화농성 간농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부위의 구조적 변화 없이도
당뇨병, 만성 콩팥병(만성 신질환),
간경변증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세균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화농성 간농양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메바성 간농양은 이질 아메바(Entamoeba histolytica)라는 기생충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이질 아메바에 이미 감염된 환자의 대변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감염됩니다. 이 기생충이 장염 다음으로 흔하게 일으키는 감염이 간농양으로, 장에서 혈액의 흐름을 따라 간까지 침범하여 감염을 일으키고 고름집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위생 환경이 좋지 않던 시절에 아메바성 이질과 아메바성 간농양이 종종 발생하였으나, 현재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멕시코, 남아메리카 일부 등 위생 환경이 좋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살다가 왔거나 이 곳들을 여행한 젊은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증상
화농성 간농양은 발열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화농성 간농양 환자의 80%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간이라는 비교적 큰 장기의 안쪽 깊숙한 곳에 고름집이 있기 때문에 피로, 식욕 감소, 전신 근육통과 함께 체중 감소 등의 비특이적 증상만 발생하고, 정작 간에 문제가 발생한 상태를 추정할만한 증상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복통, 우상복부 압통(단순하게 아픈 것을 넘어, 누르면 더 아픈 것을 의미한다), 황달 등이 있으며, 복통은 55%, 우상복부 압통도 55%, 황달은 10~25%만이 발생합니다. 발열과 황달 그리고 우상복부 통증이 발생하면 전형적으로 화농성 간농양을 의심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전체 화농성 간농양 환자 10명 중에서 1명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비특이적 증상만 발생하기 때문에 발열, 오한 그리고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만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하여도 발열의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간농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이에 비해 아메바성 간농양은 좀 더 추정하기 쉽습니다. 아메바 만연 지역을 여행한 후 발생한 간농양 환자의 95%가 여행 후 5개월 이내에 발병한 것이며, 발열이 80%, 우상복부 통증도 80%, 우상복부 압통 역시 75%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최근 6개월 이내에 앞서 언급한 아메바 만연 지역을 여행한 사람에게 발열과 우상복부 통증 혹은 압통이 발생하는 경우 아메바성 간농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체중 감소, 구토, 설사, 황달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나, 이러한 증상만으로 화농성 간농양인지, 아메바성 간농양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
화농성 간농양의 치료는 고름의 배출(배농)과 항생제 치료입니다. 배양검사를 위한 농양 흡인과 혈액배양검사 후 즉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여야 하며, 환자의 기저 질환과 중증도에 따라 항생제를 선택합니다. 항생제는 2~3주간 주사제제로 치료하며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경구 항생제로 바꾸어 총 4~6주간 치료합니다.화농성 간농양 치료의 핵심은, 항생제가 혈관을 타고 간농양 주변으로 침투하는 것만으로는 대부분의 경우에 치료가 충분하지 못하므로 적절하게 고름집 내부에 있는 고름을 제거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를 위하여 고름집이 포함된 간의 일부를 잘라내는 간 절제술을 많이 시행하였으나,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비롯한 영상의학적 기술이 발달하여 수술 없이 피부를 통하여 농양까지 배농관을 찔러 넣어 고름 배출을 유도하는 경피적 배농술을 우선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 번으로 고름이 잘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배농을 위해 고름집 내부에 카테터의 끝부분이 위치하도록 카테터를 거치하여 일정 기간 동안 배농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간농양이 충분히 배출되지 않는 경우 수술적 배농을 고려해야 하는데, 간농양으로의 접근성, 간농양의 개수와 크기, 환자의 상태 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아메바성 간농양은 대부분의 경우 배농 없이 항생제 치료만으로 효과적으로 치료됩니다. 그러나 화농성 간농양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 농양흡인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처음부터 크기가 너무 크거나 위치가 심장에 가까운 경우 미리 안전하게 배농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메바성 간농양은 치료 3일 내에 호전되므로 치료 3~5일까지 기다려보아서 호전이 없다면 배농을 고려할 수 있으며 매우 중증인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방방법
화농성 간농양에 대해서 특별하게 알려진 예방법은 없습니다. 아메바성 질환은 포낭에 감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서 전파되므로 가급적 정제된 물을 사용하고 과일의 껍질을 벗겨서 먹거나 채소를 잘 씻어 먹는 등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아메바성 질환의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는 위생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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