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병인 건지, 알아서 더 좋은 건지…
최근에 사각턱 수술을 했는데, 수술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저는 성형수술에는 그다지 관심 없었던 남자이긴 했는데,
각진 턱은 늘 마음에 걸려서, 늘 거기에만 거술리는 느낌이 가 있고,
턱이 넓적하게 퍼진 느낌 자체가 싫었는데,
쳐내고 나니, 보기 좋은 것 이전에, 마치 혹 떼낸 느낌이라 속 시원합니다.
저는 무엇을 하든지 좀 진지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이번 기회에 성형외과 전반에 대해서 흥미가 생기더군요.
반드시 제 얼굴을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은 아니구요,
아, 이 분야도 정말 깊고 넓구나, 흥미롭다는 생각도 들고,
미술 쪽 일을 하므로, 사람의 얼굴, 몸의 아름다움을
더 구체적으로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아,
계속 관심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각턱이야 그냥 쳐내고 봉합하면 되는 거지만,
보형물 집어넣는 수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실리콘, 고어텍스, 설령 자기 연골이나 지방이라 하더라도,
다 단점과 실패율이 있으므로, 썩 내키지 않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낮은 콧등 높이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 말씀을 따른다면, 턱보다 코를 먼저 했어야 되었죠.
하지만, 코야 뭐, 그냥 살지 하고 넘기고 말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있더군요.
저는 꼬맹이 때부터 비염을 앓고 살았습니다.
한방, 양방, 여러 병원 다 전전해도 전혀 차도가 없더군요.
한쪽 코는 막히고, 한쪽 코는 너무 건조하고,
그런데, 대학생 때, 어느 중급 종합병원에 갔는데,
알레르기성 비염이 아니라, 비중격만곡증이라 하시더군요.
양쪽 콧구멍을 구분짓는 연골이 휘어서,
수술 말고는 어떤 방법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올라와 생활하면서, 좋다는 이비인후과도 소개받고 그랬지만,
워낙 오랫동안 달고 살아온 병이라, 그냥 버티고 말아왔어요.
그런데, 최근 성형외과 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콧대나 콧등 높이는 수술을 하면서,
비중격 연골도 곧게 펴면 된다고 해서,
이렇다면, 해야되지 않겠나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어차피 치료하는 게 지금껏 코 답답하게 살아온 것보다는 백배 나은 거고,
콧등도 높일 수 있고,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가 겹치는 영역이니,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아도 전혀 나쁠 것 없다 싶구요.
그러나, 누구는 그러더군요.
콧등을 높이면, 안경을 못 쓴다,
보형물이 안경에 눌리면 변형이 오므로, 안경 못 쓰고, 라식해야 된다,
코 수술이 라식으로 이어지고, 좀 과장하자면,
그런 순환 구조에 빠지다 보면 성형 중독 되는 거 아니겠냐,
그러데요.
아무튼, 비염과 낮은 콧등,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면,
정말 해볼만한 수술이겠다, 실용적인 목적에도 이 이상 부합할 수 없겠다 싶긴 한데,
안경 못 쓴다는 말을 들으니, 영 꺼림칙하네요.
코 수술이 어렵고, 나중에 탈도 많은 건 아는데,
안경을 못 쓰면 라식도 해야 된다,
이렇게 계속 꼬리를 문다면, 솔직히, 안 내키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