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안하면 절대 수술안한다고 울먹이니까 알겠다고 하시면서 손등에 주사 놔주시더군요. 이십대 중반 넘어서 무슨 엄살이냐 하겠지만..ㅡ.ㅜ... 저는 정말 겁쟁이거든요.
주사놔주시면서 "아파요, 아파요, 자, 조금 따끔~ 따끔~ 자, 됐어요~"=.=.... 완전히 아기처럼 대해주시면서 주사놔주셨어요.
그리고 의사샘 오셔서 라인 그리고 하는데, 마취액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잠이 안드는 거예요. 조금 조용히 있었더니 눈위로 그림자가..-.-... 눈 바로 위에서 의사샘이 마취주사 들고 대기하고 계시더군요. 헉!! 그래서 저 아직 깨어 있어요, 마취하시면 안되요!! 라고...-.-... 입이 거즈에 덮여있음에서 열심히 말했지요. 결국.... 의사샘께서
"그렇게 해서 언제 마취약 다 들어가겠어! 링거 더 높이 들어!!!" 라고 카리스마 있게 말씀하셨어요. 의사샘 카리스마 짱...ㅡ.ㅜ..
그러고 있으니 갑자기 머리가 어질 하다가 말이 안나오고... 제가 어딘가를 빙글빙글 돌고 있더군요.
계속 돌았어요. 공장의 레일 위를 돌다가 벽을 돌다가 물건처럼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계속 영원히 살수도 있겠다... 싶다가...-.-;; 어쩌다가... 어느순간...
"눈떠보세요~~"
저도 모르게 눈을 떴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눈뜬것 같아요. 태양이 떠있었거든요. 정신차리고 나니 제가 본 태양이 수술대 위 전등이랑 똑같이 생긴;;;
눈을 몇번 더 떴다 감았다 하다가, 의사샘이 실을 뚝 끊는 소리가 들렸어요.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오더군요.
그전까지는 영혼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는데 이제 내 몸이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비틀비틀 하면서 회복실로 돌아왔는데, 동생 말로는 수술하는데 이십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제가 들어가서 수액도 맞고 마취기다리고 시간 걸린 것도 있는데 다해서 이십분이라니... 허걱;;;
전에 팔 접히는 부분에 링거도 몇번 맞은 적 있었는데 그거보다도 주사가 훨씬 안아프고 사실 따끔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요즘 감기주사가 훨씬 더 아파요. 그래서 잘 나오지도 않는 발음으로 수술대 위에 누워서 간호사언니들한테 " 안아프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했는데, 언니들은...."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시더군요.-.-;;;;
어찌됐든 집으로 돌아오는데, 수면마취의 후유증... 어지럼증과 구토증이 폭발해서;;; 결국 지하철 타고 왔어요. 지하철로 세정거장인데도 중간에 한번 쉬었다 탔어요. 완전 어지러워요. 흑흑.
오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한숨자고 이제 후기 써요. 수술한지 이제 겨우 3시간 됐네요. 저같이 왕겁쟁이가 수술을 하다니. 감격스러운 마음이 제일 커요. 저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