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 당장 병원 알아보고 있는 친구들은 수술 후 즉각적인 변화가 궁금할테지만, 우리 수술한 얼굴로 1,2년 살 거 아니잖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건 만족스럽고, 어떤 건 불만족스러운지 알아두면 도움 될 거 같아서 글 남겨.
1) 왜 무보형물을 택했나?
사실 원장님이 “무보형이 자연스러우니까 그냥 해주는 대로 해!” 해서 하게 된 케이스. 원장님이 친척분 지인이라 조카처럼 대해주셨는데, 그래서 그냥 시키는대로 해야했었어 ㅎ 갓 수능치른 고3이라 너무 어리기도 했고 지금처럼 정보도 많지 않았고. 막연히 코가 높아졌음 좋겠다 해서 갔던 성형외과라,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여!! 우길 수도 없었지. 정확한 수술명칭도 몰랐었고, 작은 실리콘 조각 넣어 미간을 올리고, 코끝은 코 연골을 쌓어 올리고 가운데로 묶어 높이를 올린다 하셨어.
2004년. 그 당시엔 고어텍스가 유행했고, 귀 연골 사용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을 때. 코 연골만 사용한 사람은 주변에 나 밖에 없었고, 그게 될까? 했는데, 코가 높아지긴 높아지더라. 콧볼에 있는 연골을 위로 갖다 붙였으니 당연히 콧볼도 좁아졌고. 아마 복코 교정도 같이 했었던 듯??
2) 20년 후, 코모양에 변화가 있나?
있어. 코 끝이 미세하게 점점 내려가.
근데 어차피 코끝까지 실리콘 넣지 않는 이상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얼굴 지방이 정말 많이 빠지거든?
젖살이라고 하지? 통통했던 얼굴이 점점 탄력을 잃고 쪼그라들면서 코에 있던 살도 빠지게 돼. 당연히 전체적으로 코가 조금 작아지겠지? 높이도 낮아질 거고.
그리고 적당한 살들이 가려줬던 코의 형태가 점점 적나라하게 드러나. 어릴 땐 몰랐는데, 콧등 라인이 미세하게 울퉁불퉁 하더라고 ㅠ
아마 조각조각 붙인 연골과 조직이 자리잡으면서 생기는 문제 같은데, 남들 보기에 막 티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알잖아? 본인 눈엔 계속 보인다는 거.
그래도 전반적으로 코가 막 휜다거나, 묶은 게 풀어진다거나, 혹은 모양 전체가 주저앉는다거나, 그런 큰 변형은 없어.
3) 부작용은??
부작용 딱히 없어. 실리콘을 코끝까지 넣었던 성형 1세대들의 실리콘 비침, 뚫림, 구형구축 문제들이 막 나타날 시기라 수술 전에 겁을 진짜 많이 먹었는데, 그런 부작용이 없어 좋아.
20년 간 얼마나 별일이 다 있었겠어. 눌리고 부딪히고.
근데도 코는 멀쩡해. 이젠 그냥 내 코 같아.
비염이 있긴 하지만, 난 원래 비염 있어서 그게 코수술 부작용인진 모르겠네.
4) 만족도
전반적으로 만족해. 수술한 거 아무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기도 하고, 부작용도 없고.
불만족스런 부분이 있다면 모양에 대한 것.
내가 콧대가 넙데데 퍼져있고 휘어 있거든?
근데 이걸 단순히 코끝만 가운데로 쭉 잡아 올리다 보니까, 코가 더 휘어보이는 거야. 위는 휘어 있는데 끝만 바로 잡는다고 절대 코가 똑바로 서지 않더라구. 거울로 보면 일자로 반듯한데, 사진 찍으면 티가 많이 나.
그러니 코끝만 연골로 조금 손 봐야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코가 휜 사람들은 이거 교정부터 제대로 하고 코끝을 손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콧등 왼쪽 오른쪽의 부피감이 달라. 이건 수술 직후에 알아차렸는데, 재수술 무섭기도 하고, 선생님이 그냥 수술 잘 됐다고 하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거든 ㅠ 근데 지금은 이게 또 코를 더 휘어보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어찌보면 어차피 인간의 얼굴은 비대칭이고, 난 이것 또한 자연코로 보이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냥 살고 있어 ㅋ
지금이야 워낙 성형외과 선생님들 기술도 좋아졌고, 무보형물 수술도 많이 하니까 그럴 일 없겠지만, 특히 코 휜 사람들은 대칭 잘 맞춰달라고 해야해. 난 지금 그 정도로 연골이 없어서, 재수술 하게 되면 실리콘으로 부피 맞춰아할 거 같음.
4) 만족하는데 왜 성예사 왔어?
비순각 때문에!!! 나 때는 ㅋㅋㅋ 지금처럼 막 코수술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었고, 비순각 그런건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비순각이란 게 있더라고?? 내가 윗입술이 두툼해서 입이 튀어나와 보이는 얼굴인데, 나이들며 코 끝이 내려앉다 보니까 입이 더 튀어 나와보이더라고. 그래서 비순각 병원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왔네 ㅎ 비순각 이쁘게 잘 뽑는 병원 알면 추천해줘!!
5) 조언하고 싶은 것
너무 유행 따라가지 말고 자기 얼굴에 맞는 코를 찾을 것.
코 모양도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는 것 같아.
90년대는 콧대 얇은 직선직각 분필코, 그 다음은 박소현 같은 버선발 코, 나 때는 고현정이나 문근영처럼 코끝이 두툼하고 살짝 찝힌 코가 관상적으로 좋다고 유행했거든? 지금 보면 그런 코들 얼마나 이상해 ㅎㅎ
요즘은 자려한코가 유행인가 보던데,10년 뒤 트렌드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단순히 코 모양만 보고 이거 해야겠다 하지 말고, 자기랑 비슷한 얼굴형과 윤곽을 가진 사람들 비교해 보면서 어떤 코가 어울릴지 잘 생각해서 결정하는 게 좋아.
그리고 신소재는 신중하게 선택할 것. 나 할 때는 고어텍스가 마치 코수술계의 혁명을 일으킬 것 처럼 소개됐는데, 지금은 고어텍스 아무도 안 쓰지? 그래서 오랫동안 쓰여온 실리콘을 제외한 다른 소재들은 10년, 20년 뒤에 어떤 부작용과 모양 변형을 일으킬 지, 난 좀 의심스럽더라구.
마지막으로 병원 발품 많이 팔 것.
내가 수술 받은 병원은 몇 번의 통폐합을 거쳐 몸집을 불리더디 지금은 아예 다른 병원이 되었고, 원장님은 강남에 큰 빌딩까지 세우셨더라구 ㅎ 나중에 알고보니 초창기 강남 대형 성형 병원 유행을 이끄신 대단한 분인가봐 ㅋ 아직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거 보면 실력이 좋았던 분이었던 건 맞고, 후에 선생님 병원에서 통역으로 일했던 절친도 선생님 수술 잘 하신다 했어 ㅎ 근데 함정은 원장님이 눈 전문이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
당시엔 내가 원하던 코 모양도 아녔고, 막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 불만이 많았는데, 지금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건강히 잘 살고 있어서 무보형물로 해주신 거 감사하고 있어 ㅎ
그렇지만 지금처럼 성형외과도 많고, 수술법에 대한 정보도 많았다면?? 아마 정말 발품 많이 팔아서 나에게 딱 맞는 병원 찾아갈 것 같아.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단순히 수술 직후 1,2년 모양 이쁘다고 다가 아냐. 우리 이제 100세까지 거뜬히 사는 세대잖아. 나이들며 얼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러니까 “성형으로 인생 역전!!! 을 목표로 접근하기 보단 “수술 후 최대한 불만족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했음 좋겠어 ㅎ 사실 성형외과 의사들 중에 환자의 인생을 바꿔주겠단 신념으로 수술하시는 분이 있을까? 그들에겐 우린, 꽉 찬 수술 스케줄 표의 한 명일 뿐이잖아. 그 분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마.
곧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의 난 눈뒤트임도 하고 싶고 비순각 하는 김에 콧대도 높이고 싶고 ㅎ 그렇지만 다 늙어서 굳이 얼굴에 칼 대서 뭐하나, 흉 생기면 어쩌나, 부작용은 어쩌고??
생각이 많아서 실제로 또 성형수술을 하게될지는 모르겠어.
지금 한참 이쁠 나이의 친구들, 충분히 알아보고 많이 생각하고 더 이뻐지는 신중한 결정하길 바래!!